철강 산업과 탄소 배출의 관계
철강 산업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9%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입니다. 이는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과 더불어 전 세계 탄소중립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감축 대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철강 제조 과정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고로(BF, Blast Furnace) 방식의 제철 공정입니다. 철광석을 환원할 때 코크스(탄화된 석탄)를 연료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일산화탄소(CO)가 철광석 내 산소와 반응하면서 순수한 철(Fe)을 얻습니다. 이때 부가적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됩니다. 철광석 1톤을 제철할 때 평균적으로 약 1.8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제철 공정이 본질적으로 탄소 의존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공정의 혁신 없이는 탄소중립이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철강 산업을 포함한 중후장대 산업군의 탈탄소화 전략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마련한 상태입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를 넘어서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전략으로, 철강 산업 전반에 걸친 기술 혁신과 협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글로벌 동향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수소환원제철(Hydrogen-based Ironmak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고로 방식이 코크스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데 반해,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데 순수한 수소를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수증기(H₂O)이며,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이를 기반으로 한 자체 기술인 HyREX(Hydrogen Reduction)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기존의 FINEX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해 고로 없이 철강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의 SSAB, Vattenfall, LKAB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HYBRIT 프로젝트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독일의 티센크루프(Thyssenkrupp), 프랑스의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도 수소 제철소 실증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이며, 대규모 수소 생산과 공급망 확보, 고비용 문제, 안정성 검증 등 해결 과제가 많습니다. 특히 수소는 생산 과정 자체에서도 탄소가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수소)의 사용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 지원과 국제 협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철강사뿐 아니라 전력·수소·운송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 전략이 필요한 복합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친환경 기술과 탈탄소 실천 전략
철강사의 탈탄소 전략은 수소환원제철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병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전기로(EAF, Electric Arc Furnace) 방식의 확산이 대표적입니다. 이 방식은 철광석 대신 고철(Scrap)을 원료로 사용하며, 전기를 이용해 금속을 녹이기 때문에 고로 방식에 비해 CO₂ 배출량이 최대 75%까지 적습니다.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등이 대표적인 전기로 기반 철강사이며, 포스코도 점진적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통해 기존 공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저장하거나 산업용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도입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공정 설비의 자동화와 고효율화도 중요합니다.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여 센서 기반의 생산 최적화, 에너지 소비 예측, 불량률 감소 등의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에너지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에 직접적인 기여를 합니다.
아울러 일부 기업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강재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Greenate', 현대제철의 저탄소 H형강 등은 특정 프로젝트나 발주처의 ESG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작된 제품들입니다. 이 제품들은 환경성적표지(EPD), 탄소발자국 인증, LEED 연계 등 다양한 친환경 인증을 획득하여 시장에서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철강 소비자와 시장의 역할 변화
탄소중립은 철강 제조사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철강 소비자, 설계자, 유통사, 최종 사용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 건설사, 자동차 제조사, 기계 설계사 등 철강을 대량 사용하는 기업들은 납품되는 철강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조달 단계부터 친환경성을 고려하는 흐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시행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 집약 산업 제품에 대해 수입 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철강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탄소 배출량을 줄인 저탄소 제품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친환경 철강의 도입은 단순한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서, 기업 이미지 제고, 수출 경쟁력 확보, 투자 유치, 프로젝트 수주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철강을 사용하는 기업들도 앞으로는 가격이나 강도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제품의 생산 이력, 탄소 배출량, 인증 여부를 함께 고려하여 구매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결국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단일 기업의 기술 개발을 넘어서 산업 전체의 협력 체계 구축과 정책적 지원,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필요로 하는 복합적 과제입니다. 지금은 그 출발선에 불과하며, 앞으로의 10년이 철강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 전략은 단지 기술의 진보가 아닌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산업 전체의 전환입니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CCUS 기술 도입, 저탄소 제품 상용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이 실행되고 있으며, 이는 설계자와 구매자, 소비자까지 모두 연결된 협업 구조 속에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더 강한 철’에서 ‘더 깨끗한 철’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이제 우리가 꾸준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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