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과 열처리의 관계
철강은 본질적으로 열을 가하고 냉각하는 방식에 따라 기계적 성질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금속입니다. 강도, 경도, 연성, 인성, 가공성, 내마모성 등 모든 물성은 열처리 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이는 철강이 다양한 용도에 적용될 수 있는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
열처리는 단순히 금속을 달구는 것이 아니라, 철강 내부의 결정구조(마이크로스트럭처)를 제어하여 원하는 성질로 바꾸는 미세조직 공정입니다. 탄소량, 합금 성분, 가열 온도, 냉각 속도, 유지 시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며, 공구강·구조용강·스프링강·베어링강 등 특정 용도에 최적화된 특수강은 대부분 열처리를 거칩니다.
이 글에서는 철강의 주요 열처리 방식(소입, 소려, 풀림, 불림 등)과 각 방식이 철강재의 기계적 성질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고, 산업별로 어떤 열처리가 선택되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합니다.
주요 열처리 방식 ① – 소입(Quenching)과 소려(Tempering)
소입(퀜칭, Quenching)은 철강을 A1 변태점 이상(약 800~900℃)으로 가열한 뒤, 물·오일·공기 등의 냉각매체로 급속히 냉각하는 공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오스테나이트 조직이 마르텐사이트로 변태되어 경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 적용 강종: 고탄소강(S45C, SCM440 등), 공구강, 베어링강
- 특징: 경도와 내마모성이 매우 높아지지만, 내부응력이 커져 취성이 증가할 수 있음
- 단점: 잔류응력, 균열, 변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후속 공정 필요
그래서 보통 소입 후에는 소려(Tempering)라는 열처리가 이어집니다. 소려는 150~650℃ 사이에서 일정 시간 재가열한 후 천천히 냉각시키는 공정으로, 취성을 줄이고 인성을 회복시키며 내부 응력을 제거합니다.
- 낮은 온도의 소려: 고경도 유지, 공구강에 적합
- 중간 온도의 소려: 균형 있는 강도와 인성 확보
- 높은 온도의 소려: 연성 향상, 구조재나 기계부품에 적합
소입과 소려는 짝을 이루는 열처리로, 고강도 부품의 표준 가공 경로이며, 자동차 기어, 기계축, 캠샤프트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주요 열처리 방식 ② – 풀림(Annealing)과 불림(Normalizing)
풀림(어닐링, Annealing)은 철강을 적정 온도로 가열 후 천천히 냉각시키는 공정으로, 주로 가공 후 경화된 조직을 안정화하고 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됩니다.
- 기능: 가공성 향상, 내부 응력 제거, 연화, 균일한 미세조직 형성
- 적용 대상: 냉간압연강, 스프링강, 용접부 스트레스 완화 등
- 예시 제품: 철선, 판재, 깊은 드로잉이 필요한 부품, 냉간압연 후의 제품 등
불림(Normalizing)은 풀림과 유사하지만 공기 중에서 냉각시키는 열처리입니다. 풀림보다 냉각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마르텐사이트나 베이나이트가 일부 형성되어 강도가 더 높고 조직이 치밀해집니다.
- 기능: 균일한 미세조직, 기계적 성질 표준화, 응력 완화
- 적용 대상: 단조품, 주강품, 용접 후 구조물 등
풀림은 연성 확보를 위한 공정, 불림은 기계 가공 전 구조 안정화를 위한 전처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두 열처리는 모두 후속 가공성과 치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특수 열처리 – 표면 경화, 침탄, 질화 등
기계 부품 중에는 전체가 단단할 필요 없이, 표면만 단단하고 내부는 인성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표면 열처리(Surface Hardening)입니다.
- 고주파 열처리(Induction Hardening): 고주파 전류로 표면만 급속히 가열한 후 소입하는 방식. 자동차 샤프트, 롤러, 기어 등에 사용.
- 화염 열처리(Flame Hardening): 가스 불꽃으로 표면을 가열해 경화. 정밀도는 낮지만 현장 적용에 용이.
- 침탄(Carburizing): 저탄소강 표면에 탄소를 침투시켜, 소입 시 표면만 경화되도록 하는 방식. 기어, 핀, 베어링 등에 적용.
- 질화(Nitriding): 표면에 질소를 침투시켜 질화물 층 형성. 높은 경도와 내마모성, 내식성 부여.
이러한 공정들은 주로 자동차 부품, 금형, 산업용 공구 등 마모 저항이 필요한 부품에 적용되며, 단단하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듀얼 속성'을 구현하는 데 활용됩니다.
산업 적용 사례 및 열처리 선택 기준
열처리는 철강재의 최종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는 목적에 따라 열처리 조건과 강종을 전략적으로 조합합니다.
- 자동차 산업: 기어, 크랭크축, 캠축 등에는 소입+소려, 샤프트류는 고주파 열처리, 차체 패널은 어닐링 후 냉간성형
- 기계 부품: 베어링, 스프링, 공구에는 침탄 또는 질화 처리
- 건축/구조용 강재: 고강도강(H-SA700 등)은 열처리로 인장강도와 연성 동시 확보
- 금형 산업: SKD61 등 합금 공구강은 풀림–소입–소려–표면 질화 순의 열처리 루틴을 따름
- 에너지/플랜트 산업: 고온배관, 보일러강에는 인성 확보를 위한 고온 소려와 균일 조직 확보가 핵심
열처리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제품의 목적(강도 vs 연성), ② 치수 정밀도, ③ 생산 단가, ④ 후가공 유무, ⑤ 피로수명 등입니다. 열처리는 '강도를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성능을 목적에 맞게 '조율하는 기술'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철강 열처리는 단순한 가열·냉각이 아니라, 철강재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공정입니다. 각각의 열처리는 특정 산업과 기능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며, 구조 안전성, 수명, 효율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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