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에 쓰이는 철강의 모든 것
자동차와 철강 – 뗄 수 없는 관계
자동차는 수천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정밀 기계이며, 그 구성 요소 상당수가 철강으로 제작됩니다. 차체 프레임, 도어 패널, 서스펜션, 서브프레임, 배기계통, 브레이크 디스크 등 구조적 부품에서부터, 트렁크, 휀더, 루프 패널 등 외장 요소까지 철강이 폭넓게 사용됩니다.
자동차는 고속으로 주행하고 충돌, 진동, 열, 습기 등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므로, 사용되는 철강은 단순한 강도뿐 아니라 내식성, 인성, 연성, 경량성, 가공성까지 고려되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안전 기준 강화, 연비 개선, 탄소 배출 감축 등의 이슈로 인해 자동차용 철강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고강도강(High Strength Steel, HSS), 초고강도강(Ultra High Strength Steel, UHSS), 핫스탬핑강(Press Hardened Steel, PHS) 등 경량화와 고강도를 동시에 만족하는 신소재 철강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철강 소비 산업이 아니라, 고기능 철강의 테스트베드이자 철강 기술 진화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체용 철강 – 외판과 골격에 쓰이는 강종
자동차 차체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고, 차량의 형상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철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냉간압연강판(CRC): 도어, 트렁크, 루프 등 외판에 주로 사용. 표면이 매끄럽고 가공성이 뛰어나 디자인과 마감 품질이 중요할 때 적합합니다.
- 도금강판(GI, GA): 부식 방지를 위해 아연이나 합금도금 처리된 강판. GI는 아연도금, GA는 합금도금(갈바나이즈)으로, 차체 외판과 내부 프레임 양쪽에 사용됩니다.
- 고강도강(HSS): 인장강도 340~590MPa 범위의 강종으로, 서브프레임, 크로스멤버 등에 적용. 무게를 줄이면서도 충돌 시 변형을 억제합니다.
- 핫스탬핑강(PHS): 인장강도 1,500MPa 이상의 초고강도강으로, 고온 가열 후 금형에 눌러 형상을 잡는 공정을 거칩니다. B필러, 범퍼빔, 도어 임팩트 빔 등 충격 보호 구조에 사용됩니다.
과거에는 단일 강종으로 제작하던 차체도 이제는 부위별 하중, 변형량, 충격 흡수 요구 등을 고려해 멀티 머티리얼 설계가 일반화되었습니다. 그만큼 철강 기술의 융합이 정교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섀시와(샷시) 기계 부품용 철강
자동차의 하부 구조를 구성하는 섀시(샷시, Chassis)는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등 주요 기계 장치를 지지하는 구조물입니다. 이 구조물은 주행 중 반복되는 충격과 진동, 높은 하중을 견뎌야 하므로, 강도와 피로수명이 우수한 철강이 필수입니다.
- SCM440 (크롬몰리브덴강): 서스펜션 암, 드라이브 샤프트, 크랭크축 등 고하중 회전체에 사용. 높은 강도와 내마모성을 확보하기 위해 열처리 후 사용됩니다.
- S45C (중탄소강): 중간 정도의 경도와 가공성을 갖춘 범용 강종. 피니언 기어, 조향 부품 등 기계 부품에 사용됩니다.
- SK85 (고탄소강): 스프링, 브레이크 패드, 클러치 디스크 등에 적용. 내마모성과 탄성이 중요한 부품에 적합합니다.
섀시 부품은 외관보다 기계적 성질, 수명, 고온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합금강, 열처리강, 내열강 등이 주로 선택됩니다. 최근에는 섀시 부품에서도 경량화 요구가 커지면서 알루미늄이나 복합소재와의 하이브리드 구조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배기, 연료계통, 전동화 차량의 철강 적용
자동차의 배기 시스템, 연료 계통, 전동화 요소에서도 다양한 스테인리스강 및 특수 철강이 사용됩니다.
- SUS409, SUS439 (페라이트계 스테인리스강): 배기 매니폴드, 머플러, 배기관 등 고온 환경에서 내산화성이 필요한 부품에 적용.
- SUS304, SUS316: 연료 펌프, 연료 라인, 하이브리드 및 수소차용 연료전지 시스템에 사용. 내식성과 위생성이 뛰어나 극한 조건에서 안정적입니다.
- 전기강판(Silicon Steel): 모터 코어 및 인버터 부품에 적용되는 고기능 철강. 전동화 차량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직결되는 부품입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신에너지 차량이 확산되면서 전기적 특성, 고온 안정성, 내화학성을 겸비한 철강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강판은 모터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이는 핵심 소재로,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에 따라 고급 전기강판 생산이 글로벌 철강업체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래 자동차와 철강의 진화
자동차 산업의 핵심 화두는 안전성, 연비, 경량화, 전동화, 지속가능성입니다. 철강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철강의 성능을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첨단 철강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 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 인장강도 800MPa 이상, 복합 상 조직을 가진 고강도 경량 강종
- 3세대 고강도강(3rd Gen Steel): 가공성과 연성을 확보하면서도 고강도를 실현한 차세대 소재
- 전동화 전용 스틸: 배터리 보호 케이스, 모터용 고효율 전기강판, 열 차단 부품 등에 특화된 강재
또한 철강업체들은 Life Cycle Assessment(LCA)를 기반으로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이려는 저탄소 제강 공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자동차사의 탄소중립 목표 충족에 필수적입니다.
결국 자동차 산업에서 철강은 단순히 부품의 재료를 넘어, 차량의 성능과 지속가능성 전반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 기술의 최전선이자, 철강 수요의 핵심 분야입니다. 철강의 종류와 특성, 공정 이해 없이 자동차 설계와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고강도화, 경량화, 친환경성을 모두 만족하는 철강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며, 자동차 산업 종사자라면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할 역량이 필요합니다.